“EVM은 필요 없다”...메타 출신 개발자가 던진 한 마디
[인터뷰] 에반 청 미스틴 랩스 CEO 인터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범수
박범수 2022년 8월27일 11:00

이번 인터뷰는 블리츠랩스가 주최한 2022 코리아 웹3 로드쇼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지난해부터 웹3 영역에 진출하고 있는 대표적 웹2 기업이다.

메타는 꽤 오래전부터 블록체인 영역에 관심을 뒀다. 그러다 지난 2020년 4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리브라’의 이름을 디엠으로 바꿨다. 또 가상자산 지갑 노비도 준비하면서 대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기업이던 메타는 가상자산 사업도 순항을 이어가는 듯했다.

출처=Dima Solomin/Unsplash
페이스북과 메타. 출처=Dima Solomin/Unsplash

하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앞서 리브라는 달러 패권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미국 규제당국의 압박을 받았고, 디엠으로 리브랜딩한 후에도 규제 압박으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 7월 노비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메타는 가상자산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부 직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나와서 팀을 꾸렸다.

미스틴 랩스는 그렇게 메타 출신 개발자가 만든 블록체인 기업 중 하나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12일 서울 강남 블리츠랩스 사무실에서 메타의 가상자산 지갑 노비(Novi) 개발을 맡았던 에반 청 미스틴 랩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에반 청 미스틴 랩스 CEO. 출처=블리츠랩스 제공
에반 청 미스틴 랩스 CEO. 출처=블리츠랩스 제공

에반 청 CEO는 당시 메타에서 가상자산 관련 프로젝트가 줄줄이 중단될 당시를 회고했다.

“내부 직원들 모두에게는 꽤 큰 폭풍과도 같았죠. 규제 당국은 메타에 그렇게 친화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입법자들은 기존에도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해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메타가 금융 서비스에 진출하고 또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다고 할 때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어찌 보면 예상된 사태였습니다.”

에반 청은 3명의 다른 메타 출신과 함께, 2021년 9월 미스틴 랩스를 차렸다. 미스틴 랩스는 레이어1 블록체인 ‘수이(Sui)’를 개발하고 있다.

수이 네트워크는 무브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다. 무브는 디엠 블록체인에서 사용하기 위해 메타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언어다.

하지만 현재 블록체인 업계의 개발 언어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이더리움의 솔리디티다.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은 솔리디티 기반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개발자들은 입을 모아 웹3 영역에서 이더리움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라 솔리디티도 주목받게 됐다.

수이의 무브는 이런 솔리디티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우린 이미 (솔리디티가 웹3 영역의 주류가 된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크립토 업계에는 솔'리디티가 극복할 수 없는 존재'라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 믿음은 우스운(funny) 얘기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전 세계에 5만명의 솔리디티 개발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만 해도 그보다 10배 많은 개발자가 있습니다.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솔리디티 개발자 수는 정말 적습니다.

반면, 무브는 기존 (블록체인이 아닌) 전통적인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친숙하고 더 안전하게 발전할 겁니다.

무브의 코드는 훨씬 더 깔끔하고 안전하고 쉽습니다.”

여기저기서 이더리움 가상머신(EVM)과의 연동 계획을 발표하는 다른 프로젝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에반 청 CEO는 EVM과의 연동 계획도 없다고 강력히 말했다.

“EVM 연동 계획은 없습니다. 우린 EVM이 도움이 되는 것보다는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생각합니다.

EVM을 연동해야 한다는 측이 원하는 건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스마트계약을 통해 기능성을 더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IT 업계에서) 발전시켜온 것은 뒤로하고 미래에 구축할 것만 바라보는 게 됩니다.

현 상황을 보면 (스마트계약이) 주류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초기의 프로토콜은 훌륭했습니다. 프로토콜은 가능할 법한 것들을 설명했죠.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 게임이나 소셜 앱 운영 기업에 가서 ‘이 프로토콜(스마트계약)을 써보세요’라고 말해도 그걸 사용하는 사례를 못 봤습니다.

EVM을 이용하면 시장에 더 빠르게 뛰어들 수 있고 많은 댑(DApp, 탈중앙화어플리케이션)을 체인에 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기존 이용자들이 사용하게 하지는 못합니다.”

아직 EVM이라는 기술이 블록체인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나 개발자가 사용하기에는 낯선 도구라는 에반 청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에반 청은 EVM의 취약점으로 빠른 속도로 거래가 발생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

“만일 트랜잭션을 스마트계약으로 전송한다면,

‘잠시 내부적으로 소유권의 기록을 업데이트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당신의 자산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송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겠습니다’

라고 하겠죠.

현실에서 제가 물건을 누군가에게 넘겨주고 당신이 물건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주는 상황이라면 누가 먼저인지 신경을 쓰겠습니까?

EVM은 이렇게 서로 관련이 없는 두 행동 사이에서 갈등을 강제합니다. 올바른 모델이 아닌 거죠.”

이더리움이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지는 위상은 크다. 하지만 느린 속도와 확장성 등 개선할 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출처=Guerillabuzz Crypto PR/Unsplash
이더리움이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지는 위상은 크다. 하지만 느린 속도와 확장성 등 개선할 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출처=Guerillabuzz Crypto PR/Unsplash

이더리움을 향한 지적을 이렇게까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사실 좀 놀랐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에반 청 CEO가 다음으로 지적한 건 롤업이다.

롤업이란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다. 이더리움 외부에서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그 결괏값만 이더리움에 기록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롤업이 주목받으면서 스타크웨어의 스타크엑스, 스타크넷과 같은 롤업 관련 서비스가 두각을 보인다. 또 폴리곤과 같은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체인 또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수이는 최근 보기 힘든 레이어1 프로젝트다. 다른 프로젝트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레이어2를 쌓거나 롤업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이더리움이나 솔라나를 대체할 레이어1 체인을 만드는 셈이다.

“롤업이 거래량이 급증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에서 아주 인기 있는 동영상을 볼 때 ‘왜 이 서비스의 성능(performance)이 똑같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퇴보는 없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롤업 서비스들이 확장성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요의 급증에 대해 반응하지 않습니다.

웹2 기업들의 상품이 여전히 잘 작동하는 이유는 이들이 그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수요가 급증할 때를 대비해 더 많은 자원을 미리 투입합니다.

레이어2의 롤업은 여전히 근본적인 용량(capacity)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에반 청은 “블록체인은 기술적 인프라고 그걸 기반으로 개발되는 실질적인 상품이 소비자에게는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반 청 CEO는 또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있어서 통합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통상 한 프로젝트의 블록체인은 어느 특정 분야에 특화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에반 청은 가장 중요한 건 통합이라고 설명했다.

“웹3가 재밌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가 통합되는 걸 가능하게 해주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이용자를 예로 들자면, 이들은 게임만 하는 게 아닙니다. 게임에 더해 사회적 요소들도 포함돼 있죠. 웹3 영역에서는 커뮤니티도 있고 거기서 상거래가 발생합니다.

이런 것이 바로 통합이죠.”

웹3에서 계속 언급되는 메타버스를 가정해보자. 거기서 가상자산은 거래할 때 쓰이고 그 과정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소가 활용되기도 한다. 어느 한 수단만 쓰이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 이유로 수이는 어느 한 영역만을 우선하지 않는다는 게 에반 청 CEO의 설명이다.

물론 수이가 집중하는 영역은 있다. 바로 게임.

블록체인 게임. 출처=Unsplash
블록체인 게임. 출처=Unsplash

게임은 웹3 개념이 부상한 이후로 지속해서 등장하는 주제다. 일례로, 지난 8월 초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2022에서는 NFT와 함께 게임에 관한 담론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대규모 게임을 보면 많은 가치의 자산이 그 게임에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수백, 수천 달러를 그 게임에 쓰죠. 그런데 그러고 나면 그 사람들은 무엇을 얻습니까? 재미나 즐거움을 빼면 실제로 이러한 자산들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 게임 자산들이 게임 내에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존 게임의 방법을 바꾸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게임 공간에서 공공의 네트워크로 자산을 보내는 겁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사실 이러한 담론은 블록체인 게임, 그중에서도 ‘돈 버는 게임(P2E)’이 주를 이루면서 많이 나왔던 얘기다. 하지만 에반 청은 블록체인이 게임 영역 중 이스포츠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스포츠를 하는 곳과 파트너를 맺고 있는데, 거기서 겪는 어려움은 바로 부정행위입니다.

어떻게 기업이나 게임 운영주체, 그리고 커뮤니티는 스스로를 감독하고 또 경기의 수치 같은 것들이 조작되지 않다는 걸 보증할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스탯과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겁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는 공개되고 공유되며 진실하고 또 조작할 수 없으니까요.”

게임에서는 스탯이나 아이템 정보를 조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게임을 통해 경쟁하는 이스포츠의 경우는 이러한 조작이 공정성 측면에서 더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을 해결하는 게 미스틴 랩스의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인 것이다.

한편, 이더리움을 뛰어넘을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을 꿈꾸는 미스틴 랩스는 지난해 12월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주도하는 3600만달러(약 4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지난 7월부터 2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진행하는 등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