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A(테라)의 증권성, 판단하면 된다
[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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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전지성 2022년 6월26일 11:30
금융위원회. 출처=한겨레
금융위원회. 출처=한겨레

“뮤직카우 사례 덕분에 미국의 ‘하위 기준(Howey Test)’에 따른 (투자계약)증권성 판단이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일어났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조각투자와 코인, 토큰들에 대해서도, 이번 사례를 거쳐서 증권성 판단이 이뤄질 것입니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6월23일 한국경제법학회(회장 안수현)·한국법제연구원(원장 김계홍) 공동학술대회에서 조각투자 규제를 이렇게 전망했다. 이날 그는 ‘4월2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의 타당성’에 대해 같은 달 20일 ‘뮤직카우의 증권성 판단’을 중심으로 검토했다.

성 교수는 한국거래소 증권상품시장 발전위원회 위원, 금융위 시장효율화위원회 위원,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 등을 지냈다.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춰 손꼽히는 자본시장법, 금융법, 상법 전문가다.

투자계약증권성 또는 증권성 판단이란 최근 부동산, 예술품 등에 대한 조각투자 사업이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인지 여부를 가리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의 판정 절차다.

어떤 조각투자의 증권성이 인정되면 STO(Security Token Offering·증권형토큰발행)로 분류돼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는다.

최근 조각투자 사업이 탈중앙성, 탈중개성을 표방하는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과 결합해 혁신성을 강조하면서 기존 자본시장법 규제의 적정성, 필요성을 두고 논란이 거셌지만 뮤직카우 사례를 계기로 대부분 해소됐다.

출처=한국경제법학회 공동학술대회 유튜브 캡처
출처=한국경제법학회 공동학술대회 유튜브 캡처

“증권성 판단은 계속된다”

성 교수 말대로 다른 코인, 토큰들에 대한 증권성 판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정이 5월24일과 6월13일 테라·루나사태 긴급간담회에서 “STO 규제를 중심으로 코인 시장을 규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정은 “미국의 규제 사례를 참고하겠다”고도 했다. XRP(리플) 코인의 증권성을 둘러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Ripple)의 소송을 거론한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는, 다음은 누구일지 긴장하고 있다. STO가 되면 자본시장법의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우선 최근 한 변호사가 위메이드의 WEMIX(위믹스) 코인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금융위에 신고해서 관심을 크게 받았다. 그러나 WEMIX 논란은 선명하게 정리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관련 보도들은 “WEMIX의 유틸리티(지급결제수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증권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틸리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만으로 증권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주장은 증권성 판단의 상세한 기준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출처=테라
출처=테라

LUNA의 증권성

오히려 권도형 테라폼랩스(TFL) 대표가 발행한 LUNA의 증권성 논란이 더 큰 관심사다.

권 대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기 혐의로 피소된 데 대해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 “내 행동과 말은 100% 부합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의 형사 책임은 서울남부지검(지검장 양석조)이 수사로 밝히면 된다. 더 중요한 쟁점은 따로 있다. 권 대표 주장은 사기 혐의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 전후 그의 언행은 LUNA가 STO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계속 자극한다.

우선 5월7일 테라루나 사태 이후 국내외 피해자들 뿐 아니라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모두 테라프로젝트의 성공은 권 대표에게 달려 있었다고 전제하고 있다.

또 헤지펀드 등 외부의 공격이 투자자들 뿐 아니라 권 대표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설명 역시 권 대표가 테라 프로젝트의 중심이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올해 초 그의 결정과 언행도 마찬가지다. 그는 올해 1월 UST(테라USD)와 LUNA의 페깅(가치연동) 유지 등 테라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라는 재단을 설립했다.

디페깅 위험이 커지자 4조원대의 BTC(비트코인)을 사모았다고 했고 그걸 어디에 썼는지는 함구했다.

LUNA의 운명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이 아니라 그의 선택과 결정에 달려 있다는 단정은 좀처럼 의심하기 어렵게 됐다. 그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에게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됐다.

이처럼 누군가가 중심이 돼서 사업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구조라면 블록체인의 탈중앙성보다는 수익모델의 증권성을 인정할 여지가 많아진다고 법률가들은 지적한다.

출처=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 웹 페이지.
출처=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 웹 페이지.

SEC의 디지털자산 투자계약성 판단 기준

물론 코인, 토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은 훨씬 세밀하고 복잡하다.

성 교수가 거론한 ‘하위 기준’은 1946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로 확립됐다. 이것이 이후 76년간 수없는 판례를 통해 다듬어지고 치밀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SEC가 3년 전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SEC 산하 핀허브(FinHub)는 2019년 4월3일 ‘디지털자산 투자계약성 판단 기준’을 발표했다. 당시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미국 규제당국이 어떤 코인이나 토큰을 증권으로 볼 것인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겠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당시 발표는 SEC의 공식 입장이 됐지만, SEC에 대한 핀허브의 자문이었다. 핀허브는 기존 금융산업이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혁신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투자모델이나 상품을 출시할 때 규제 당국과 시장의 소통을 통해 그에 대한 규제 입장과 방법을 자문한다.

하위 기준은 모두 4가지의 세부 기준으로 이뤄져 있다. 그 가운데 1. 자금투자 기준(investment test)과 2. 공통사업성 기준(common enterprise)은 상대적으로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두 가지를 합하면 “내 돈을 남의 사업에 투자한다”는 취지가 된다.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핀허브 홈페이지 캡처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핀허브 홈페이지 캡처

“투자자들은 루나의 성공에 대해 권도형의 노력에 얼마나 의존했나”

성 교수는 세번째 ‘타인의 노력에 의존(주로 타인 수행)’ 기준(‘expectation of profit to be derived from the efforts of others’ test)이 조각투자의 증권성 판단에 대한 SEC의 핵심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 설명대로 금융위 증선위도 4월28일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이 기준을상세하게 설명했다.

SEC 기준과 표현만 좀 다르다. 그걸 ‘투자자의 수익에 사업자의 전문성이나 사업활동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고 표현했다. 이는 ‘투자계약증권의 핵심 요소’다. 세 가지 세부 판단 기준도 덧붙였다. 아래와 같다.

1) 사업자 없이는 조각투자 수익 배분 또는 손실 회피가 어려운 경우

2) 사업자가 운영하는 유통시장의 성패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3) 투자자 모집시 사업자의 노력·능력을 통해 사업과 연계된 조각투자 상품의 가격상승이 가능함을 합리적으로 기대하게 하는 경우

성 교수는 이를 두 가지로 개괄했다. 

1) 구매자가 적극적 참가자의 노력에 의존한다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나?

2) 그 적극적 참가자의 노력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의 상당한 노력”으로, 사업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영상 노력에 해당하는가?

이 질문들을 권 대표와 LUNA에 대해서도 물을 수 있다.

1) 권 대표 없이 수익 배분이나 손실 회피가 어려웠나

2) 권 대표의 UST와 LUNA, 앵커프로토콜로 구축한 수익 모델과 이를 통해 조성된 시장이 권 대표 이전에도 존재했나

3) 권 대표의 노력을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의 상당한 노력’이라고 이해할 수 있고 그의 노력을 사업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영상 노력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나

성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타인의 노력에 의존’하는 ‘정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1946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하위 판례(Howey Case)’가 처음 확립됐을 때에는 ‘전적으로’ 타인의 노력에 의존한다, 는 취지가 담겨 있었지만 ‘전적으로’라는 표현 때문에 이후 사업자들이 규제를 피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이후 연방 항소법원 판례 등을 통해 ‘전적으로’라는 표현이 ‘주로’라는 표현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런 취지로 이해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걸 한국어 어감으로 생각하면 '적어도 80~90% 정도'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UNA 증권성 판단, 수사보다 먼저 가능하다

LUNA에 대한 금융위의 증권성 판단이 검찰 수사보다 먼저 이뤄질 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검찰 수사는 증권성 판단은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위가 LUNA의 증권성을 부인하면 수사에 큰 변수는 생기지 않는다. LUNA의 증권성을 인정하면 검찰이 인지할 수 있는 혐의는 늘어날 수 있다. 지금 권 대표의 혐의는 사기와 조세포탈 정도다.

관할은 문제가 안 된다. 형법(6조)은 외국인의 행위라도 한국인이 피해를 입었다면 적용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도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다. 국내 피해자만 28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금융위는 특히 검찰의 국제형사공조보다 막강한 국제 공조 네트워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2019년 5월 44차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연차총회(호주 시드니)에서 EMMou(Enhanced (Multilateral Memorandum of Understanding Concerning Consultation and Cooperation and the Exchange of Information) 정회원 가입기념식을 가졌다.

EMMou는 국제증권감독기구들의 자문·협력·정보교환에 관한 다자간 양해각서. EMMou 가입요건(ACFIT)은 이렇다.

A : 회계자료 확보(compelling Audit work papers)

C : 진술을 위한 출석 강제 (Compelling attendance for testimony)

F : 자산동결 조치 협조(assisting with asset Freezes)

I : 인터넷 접속자료 확보(compelling Internet service provider records)

T : 통화자료 확보(compelling Telephone service provider records)

당시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 양해각서 가입에 대해 공식 보도자료에서 “해외 자본시장 감독당국과 상호 협력하고 정보 교환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금감원은 권 대표와 LUNA에 대해서도 '국제 협력과 정보 교환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할 수 있다. 이미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면 검찰 수사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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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2022-06-27 17:58:12
무법지대 무서운 점이 바로 이거지,

스폰지Bob 2022-06-27 15:58:15
맨날 판단 한다 한다.. 그래서 언제면 결과가 나오는데?

돼리우스 2022-06-27 12:53:42
근거 없는 신뢰도가 쌓인 게 놀랍긴 함.

태양의 기사 2022-06-27 11:59:12
그래요, 뭐래도 해요. 이거 때문에 신뢰가 박살 난 거 벌 받게 해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