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에 환멸을 느낀 당신, 엠퍼스(mfers)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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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츠랩스
블리츠랩스 2022년 3월21일 11:48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 NFT) 시장이 갈수록 혼탁해지는 분위기다. ‘NFT는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었고, 프로젝트들은 그런 사람들을 잡기 위해 생태계 구축 보다는 바닥 가격(Floor Price) 올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NFT 발행(민팅) 권리를 부여하는 화이트리스트(WL, 화리)를 받으려면 자신의 SNS 계정을 이용해 까다로운 조건의 대가성 홍보를 해야 한다. NFT 화이트리스트를 받을 수 있을 만큼 필요한 작업들을 대행해주는 ‘그라인딩(Grinding)’이란 부업도 생겨났다. 특히 최근에는 묻지마 식 투자자들에게 발행한 NFT를 던진 후 사라져버리는 사기성 프로젝트들도 늘어나고 있다. 

크립토펑크와 BAYC를 따라하는 수많은 복제 NFT 프로젝트들이 공장처럼 찍어져 나왔고, 사람들은 그저 막연한 가격 상승 기대감만으로 NFT 발행권을 얻고자 기계처럼 무의미한 반복 채팅과 팔로잉을 하기 바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투기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NFT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투자자들도 나오고 있다. 

‘엠퍼스(mfers)’는 이런 세태에 대한 반감으로 지난해 11월30일 처음 등장한 NFT 컬렉션이다. 이 NFT는 거창한 로드맵도, 골치 아픈 화이트리스트와 무의미한 챗굴(채팅 채굴)도 없고,  운영진도, 관리자(모더레이터)도 없다. 

엠퍼스 디스코드에 들어가면 입장 문구에  ‘비공식이 공식인 엠퍼스’라고 적혀있다. mfers NFT 보유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란 의미다. 엠퍼스를 처음 만든 제작자 ‘사토시(Sartoshi)’는 프로젝트의 모든 결정권을 엠퍼스 이용자들에게 넘겼다. ‘당신들이 다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

이런 설정은 앞서 시장에 나왔던 NFT들과 상당히 다른 것이다. 통상 NFT 프로젝트는 운영자와 개발진이 로드맵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트위터와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구성되면서 굴러가는 방식이다. 커뮤니티에 참여한 사람들은 운영진 측에게 NFT 프로젝트 바닥 가격(floor price)을 띄우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유명한 투자사가 뒤를 받쳐주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본다. 그게 NFT 가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엠퍼스는 이러한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적을 얻었다. 공개 첫 날 10분만에 개당 0.069 이더리움(ETH)에 완판된 후, 한동안 0.33ETH(이더리움)를 유지했다. 올해 2월 21일에는 평균 6.03 ETH(이더리움)까지 올랐고, 거래량도 오픈씨 전체에서 10위권 수준까지 오르며 관심을 받았다. 
 
엠퍼스에는 없는 게 많다. 당장 이 NFT를 쓸 만한 사용처도 없고, 가지고 있다고 해서 추가적인 혜택이 주어지지도 않는다. NFT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프로젝트 판매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관리’ 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엠퍼스를 살까. 엠퍼스는 무엇을 팔고 있는 걸까. 

 

엠퍼스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말하는 구매 동기들을 정리해보면, 엠퍼스는 커뮤니티가 프로젝트의 주인으로 직접 참여하는 극단적인 탈중앙화 NFT 실험에 가깝다. 특유의 그 조악한 그림체는 NFT의 문화적 가치를 믿는 자들이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는 일종의 징표가 되고 있다. 

엠퍼스에는 전체 프로젝트를 지배하는 통치자는 없고, NFT 보유자들 모두가 스스로 건축가(Builder)가 될 수 있다. 이들은 단순히 NFT 가격이 왜 안오르냐고 운영진에 항의하는 게 아니라 엠퍼스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한다. 자발적으로 집단지성을 발휘해 커뮤니티와 엠퍼버스(Mfervese)라는 세계관을 만든다. 다오(DAO, 탈중앙화자율조직)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런 움직임은 크립토 초기 탈중앙성을 강조했던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와 일정부분 겹친다. 지금의 NFT 세계는 운영자가 설정하는 로드맵에 따라 구성원들이 수동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데, 그걸 역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엠퍼스는 구성원들이 주인이 되어 아래에서부터 자유롭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즐겁게 만들어나가는 상향식(Bottom-up)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