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NFT 큐레이션으로 뜬 슈퍼레어 "다음 목표는 탈중앙화"
존 크레인 슈퍼레어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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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혁
임준혁 2021년 12월25일 13:35
존 크레인 슈퍼레어 CEO. 출처=슈퍼레어 제공
존 크레인 슈퍼레어 CEO. 출처=슈퍼레어 제공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예술품 마켓플레이스 플랫폼 슈퍼레어는 엄격한 큐레이션을 거친 작품만 선보이는 전략으로 오픈시 등 기존 플랫폼과 차별화했다.

존 크레인은 슈퍼레어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책임자(CEO)이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지만, 성장기 대부분의 시간은 샌디에이고에서 서핑과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며 보냈다. 존 크레인의 억양과 몸가짐에서 캘리포니아 남부 출신임이 묻어났다. '디지털리유어스'는 이달 초 마이애미 아트바젤 2021 기간 그를 직접 만났다.

이 기간 슈퍼레어는 마이애미 비치 바로 옆에서 열린 '스코프(SCOPE)'란 이름의 행사에 부스를 차렸다. 슈퍼레어 부스 앞에서 존 크레인을 만났다. 그는 검은 티셔츠를 입은 채 야구모자를 뒤로 돌려쓰고 있었다. 종일 서핑을 하는 사람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대화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처음 킥플립(보드를 360도 회전하는 기술)에 성공한 순간을 늘 기억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원래는 호텔 근처의 조용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지만, 그는 스코프 내 카페 겸 바의 테라스로 나가자고 제안했다. 여기저기 갈매기가 날아다녔고, 이벤트 참석자들이 술을 마시며 대화에 열심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강한 마리화나 냄새가 났다.

NFT 세계에서 가장 알아주는 플랫폼의 공동설립자임에도 존 크레인은 전혀 거만해하거나 겸양을 떨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그는 차분하고 태평스러우며 편안한 태도를 유지했다.

마이애미 아트바젤 2021이 열린 마이애미 비치. 출처=임준혁/코인데스크 코리아
마이애미 아트바젤 2021이 열린 마이애미 비치. 출처=임준혁/코인데스크 코리아

성장기부터 창업까지

나는 그에게 성장기, 그리고 슈퍼레어를 창업하기까지의 배경에 관한 질문부터 던졌다. 

존 크레인은 대학에서 구조공학과 건축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과 웹사이트 디자인을 공부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학부 시절 중반 즈음에 저는 구조공학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기에 제 성격은 지나치게 사회적이고 기업가적이었죠."

게다가 그가 대학을 졸업한 건 세계 금융위기가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0년이었다. "당시엔 구조공학 엔지니어 일자리가 어디에도 없었죠." 

그는 당시 '계산 과학'이라 불리던 분야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원 진학 당시 그는 이미 워드프레스 기반 웹사이트 제작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사람을 고용할 여력이 있고, 더는 학업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에게 처음 가상자산에 발 들이게 된 배경을 물었다. 이에 답하기에 앞서 그는 말을 살짝 돌렸다. 우리는 함께 2008년으로 시간 이동을 했다. 대학생인 존 크레인이 경제학 개론 수업을 들려 강의실에 앉아 있다. 수업마다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읽고 토론하게 했다.

평상시 신사답던 교수가 하루는 매우 흥분해 있었다. 교수는 은행들이 사람들의 돈을 어떻게 가져가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그는 은행들이 책임감이라고는 하나도 가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교수의 이야기가 존 크레인의 관심을 잡아끌었다. 당시 금융이나 경제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가 자신만의 '토끼굴'로 빠져들기 시작한 순간이다. 이때부터 존 크레인은 경제학, 특히 오스트리아 경제학 도서를 닥치듯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존 크레인은 자신에게 심오한 질문을 던졌다.

"만약 엔지니어가 설계한 다리가 무너지면 그는 감옥에 가지. 그런데 금융에서의 책임성은 어디로 간 거지?"

빠르게 2013년으로 옮겨가 보자. 존 크레인은 뉴욕에 있다. 그는 거기서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그다지 마음이 끌리진 않는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다양한 컨셉이 여전히 그를 빗겨 간다.

"당시 비트코인에 대해 이것저것 읽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당히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수학에 기반한 화폐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었죠." 

그는 우연한 기회에 뉴욕에서 열린 한 비트코인 밋업에 참석했다. 거기서 만난 이들은 모두 비트코인, 그리고 분산원장이라는 아이디어에 대한 광적인 지지자들이었다. 

"저는 어마어마한 양의 질문을 쏟아냈고, 마침내 (비트코인을) 이해하게 됐어요. 아주 압도적인 경험이었죠." 

머리에 전구가 켜지는 듯한 순간이었다. 이후 존 크레인은 즉시 코인베이스에 로그인해 비트코인을 조금 샀다. 그리고는 그걸 갖고 놀기 시작했다. 그는 오픈소스 지갑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뉴욕 비트코인 밋업 기간 그는 이더리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예술에 대한 오랜 관심

존 크레인은 사실 얼마간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기업 컨센시스에 몸담았다. 하지만 컨센시스에서의 일은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정식으로 예술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존 크레인은 언제나 '두들러(낙서 같은 편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 정체성을 품고 살았다. 어려서부터 그는 아름다운 그래픽이 그려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스케이트보드를 사모았다. 그리고 그 그래픽을 직접 따라 그리곤 했다. 

디지털 아트를 처음 접하자마자 그는 완전히 사로잡혔다. 디지털 아트는 예술에 대해 접근하고 사고하는 새로운 길을 제공해 줬다.

"꼭 스테로이드를 한 채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어요. 현실 세계에서 백 개의 원을 그린다고 생각해 봐요. 엄청나게 시간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죠. 하지만 디지털 툴이 있다면 몇 초면 돼요."

존 크레인이 어울려 다니는 무리에는 언제나 그래픽 디자이너와 애니메이션 제작자, 그리고 그보다 전통적인 예술 분야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존 크레인에겐 애니메이션 제작자와 현대 미술 세계 사이에 선명한 경계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그가 보기에는 예술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흥미로운 작업을 하는 디지털 아티스트와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현대 미술 세계에서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다. 

마이애미 아트바젤 2021 기간 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린 SCPOE 행사. 출처=임준혁/코인데스크 코리아
마이애미 아트바젤 2021 기간 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린 SCPOE 행사. 출처=임준혁/코인데스크 코리아

슈퍼레어의 설립 이념

끝내 존 크레인은 스스로 물었다.

"누군가가 디지털 아트 혹은 제너레이티브 아트를 수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크립토키티를 만든 대퍼랩스가 디지털 수집품을 위한 표준을 개발하는 것을 보고 그는 깜짝 놀랐다. ERC-20 토큰 표준이 나왔을 때, 존 크레인은 디지털 아트를 수집하고 거래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기 위한 도약을 해 보기로 했다.

"사실 저 스스로가 사용하고 싶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저부터가 디지털 예술풀을 수집하고 또 그걸 친구들과 거래하고 싶었거든요."

슈퍼레어의 기원은 이처럼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싹텄다. 

슈퍼레어를 처음 출시할 때 존 크레인은 다른 플랫폼들의 콘텐츠가 너무 분별없다고 느꼈다.

"어떤 이들은 그저 외설적이기만 한 그림을 그려서 토큰으로 만들었어요. 슈퍼레어는 반드시 디지털 예술품을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우리는 사람들이 단순히 아침에 뭘 먹었는지를 사진으로 찍어 토큰화하도록 하고 싶진 않았어요."

존 크레인은 비교적 엄격한 큐레이션을 거친 사려깊은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만약 당신이 수집가라고 가정해 보자. 시장에 수천억개의 NFT가 나와 있다. 당연히 큐레이터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반드시 신뢰와 검증의 레이어가 필요할 것이다.

"수집가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NFT가 진짜 아티스트, 그리고 진짜 콜렉션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단지 구글에서 이미지를 대량으로 다운받은 뒤 그게 예술품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만든 게 아길 바라는 거죠." 

최근 들어 존 크레인은 더 많은 탈중앙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플랫폼에 비해 엄선된, 독점적인 경험을 제공한다고 스스로를 차별화한 플랫폼이 더 많은 탈중앙화를 이룰 수 있을까? 큐레이션은 그 자체로 중앙화된 행위 아닌가?

존 크레인은 탈중앙화를 통해 슈퍼레어 생태계가 한 단계 발전하고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우리의 큐레이션 팀은 단지 아주 많은 작품을 들여다볼 뿐입니다." 

슈퍼레어 내 '스페이스'의 기반이 되는 아이디어가 바로 이것이다. 스페이스는 슈퍼레어의 거버넌스 카운슬, 그리고 토큰 보유자 커뮤니티의 검토를 거친 큐레이터가 직접 운영하는 독립적인 갤러리다.

스페이스 기능이 있기에, 슈퍼레어 자체 팀이 모든 큐레이션을 관장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었을 새로운 목소리와 예술이 등장할 수 있었다.

"스페이스는 저와는 다른 배경과 취향을 가진 큐레이터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스코프 행사장 내에 설치된 슈퍼레어 부스에 NFT 작품이 전시돼 있다. 출처=임준혁/코인데스크 코리아
스코프 행사장 내에 설치된 슈퍼레어 부스에 NFT 작품이 전시돼 있다. 출처=임준혁/코인데스크 코리아

NFT의 해, 2021년

대화는 지난 한 해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NFT 시장으로 옮겨갔다. 2021년은 NFT가 주류로 편입된 한 해였을까? 그렇다면 왜 2021년이었을까?

존 크레인은 과거에 그 누구도 가상현실(VR)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VR 기술이 일상에 들어온 지 꽤 지난 뒤에도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갑작스럽게 대형 브랜드들이 앞다퉈 VR 갤러리를 만들거나, 고객들에게 가상 세계 속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선택사항에 불과했던 온라인 경험은 이제 필수가 됐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사람들은 온라인 경매 모델이 작동할지 여부에 의문을 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구도 그에 대해 의심하지 않죠." 

가장 열렬한 회의론자들조차 NFT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도록 한 비플의 크리스티 경매처럼 2021년에는 큰 홍보 기회도 많았다. 갑자기 주요 언론 매체들이 NFT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NFT가 뭐야? 왜 중요한 건데? 앞으로 가치가 얼마나 생기는 건데?

NFT 회의론자들에게

NFT가 주류에 편입됐건 아니건, 여전히 많이들 회의적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이미지 파일에 왜 돈을 지불해야 하나? 디지털 희소성이란 것 자체가 모순 아닌가? 다 헛소리다. 거품 낀 유명인사들만 빠르게 돈을 벌고 빠질 것이다. 이런 말들에 존 크레인은 어떻게 대답할까?

"대부분의 NFT 회의론자는 수집이라는 경험에 대해 살면서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거예요." 

예를 들어 존 크레인은 마음에 드는 그림이 그려진 스케이트보드를 수없이 모은다. 타기 위해 모으는 것도 아니다. 그에게 보드 수집은 더욱 큰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이자, 스케이트보딩 자체를 지지한다는 의미가 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에게 수집한 보드를 자랑한다. 이를 통해 무언가의 일부가 됐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존 크레인은 '크립토펑크 트롤' 이야기를 꺼냈다. 크립토펑크 트롤이란 크립토펑크 이미지를 다운로드해 이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리면서, "이것 봐, 이젠 나도 얘를 가졌어!"라고 말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크립토펑크 커뮤니티의 모든 사람은 트롤들의 행위를 보고 그저 이렇게 말해요. '네 소유도 아닌 크립토펑크 이미지를 왜 포스팅하는 거지?' 그들(크립토펑크 트롤)은 분명 NFT 생태계가 커뮤니티에 의해 구축된다는 점, 그리고 무언가를 수집하는 행위 이면의 심리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을 겁니다." 

NFT가 단순히 JPEG 파일 그 이상이고, 또 소유욕에 대한 전통 심리학 이론에도 완벽히 들어맞는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널리 상용화되려면 여전히 꽤 오래 걸릴 것이다. NFT가 보다 대중화되려면 어떤 일이 벌어져야 할까?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경험을 선호하는 '아날로그족'을 어떻게 끌고 올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아날로그를 정말로 고집하는 이들은 NFT 커뮤니티에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 봐요. 하나의 장벽이 있다면, 더 매끄러운(seamless)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좋은 디스플레이 솔루션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입니다." 

존 크레인은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자신의 NFT와 디지털 예술품을 자랑하는 이가 늘어난다면, 더 많은 이가 NFT로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술품에 수만 달러를 쓸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을 위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존 크레인은 분할 거래가 잠재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예술 작품을 구매하고 소유할 여러 방법을 만들어야 해요. 예술 작품 하나를 꼭 한 사람, 혹은 한 기관만이 소유하라는 법은 없어요. 기업 지분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갖듯, 예술품에 대한 소유권도 여러 명이 나눠 가질 수 있어요. 이들이 작품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전시할지 투표로 함께 정하고요."

인터뷰 말미에 존 크레인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모든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이 어떤 방식으로든 분산원장에 기록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NFT라고 부르게 될지, 혹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NFT가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바라보고 관리하는 방식, 그리고 팬들이 예술 작품을 수집하고 거래하는 방식을 혁신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어 기사: 정인선 코인데스크 코리아 번역

*이 콘텐츠는 '디지털리유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리유어스는 다양한 NFT 아트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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