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피해, 거래소에 더 무거운 책임을
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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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전지성 2021년 12월5일 06:55
  • 백명훈 고팍스 보안이사 "해킹 등 사고 때 거래소 입증책임과 무과실 책임" 제안
  • 금융위가 국회에 보고할 가상자산법 통합안이나 이후 입법 과정에 반영 여부 주목
지난 달 15일 코인데스크 코리아 '디지털자산박람회(DAXPO) 2021'의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방안' 대담. 왼쪽부터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 이해붕 두나무 투자자보호센터 센터장, 백명훈 고팍스 보안이사.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지난 달 15일 코인데스크 코리아 '디지털자산박람회(DAXPO) 2021'의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방안' 대담. 왼쪽부터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 이해붕 두나무 투자자보호센터 센터장, 백명훈 고팍스 보안이사.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가상자산 거래에서 이용자가 해킹, 무단 출금, 시세조종 등 피해를 당해도 사업자(거래소)의 고의나 과실, 법 위반 사실을 이용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용자는 사업자보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스스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운영사 스트리미) 백명훈 보안이사(CISO)는 지난달 15일 코인데스크 코리아 ‘디지털자산박람회(DAXPO) 2021’ 대담에서 “은행이나 전자금융업자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9조에 따라 사고에 대해 원칙적으로 무과실 책임을 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금법 9조의 기관 입증책임과 무과실 책임이란 이렇다. 기관이, 사고에 대해 이용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그 기관이 책임을 지게 된다는 뜻이다. 금융기관에 입증책임을 지운 것이다.

백 이사는 “가상자산 사업자도 시장의 거래 규모나 사업자의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은행이나 전자금융업자처럼 정보 보호 기준을 준수하도록 해킹 등 보안사고에 대해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법원 판례(2015년 5월14일 선고 2013다69989, 69996)는 전금법의 ‘사고’ 개념에 이용자 모르게 거래되거나 이용자가 실행한 대로 거래되지 않은 모든 경우를 아울렀다.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사고’는 권한 없는 제3자에 의하여 전자금융거래가 이행되거나 이용자의 거래지시가 없었음에도 전자금융거래가 이행되거나 이용자의 거래지시가 있었으나 그에 따라 전자금융거래가 이행되지 아니한 경우 등을 의미한다.”

이날 대담 뒤 청중들과 전문가들에게서 “과감하고 용기 있는 제안”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거래소 관계자가 “이용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 책임이 더 무거워져야 한다”고 자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게 달라지진 않는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가상자산법안과 다른 법 개정안 등 13개 법안 어디에도 그걸 제안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법안들에 거래소의 입증 책임과 무과실 책임 규정을 담지 않은 것에 특별한 배경은 없었다.

우선 국회가 가상자산법안들을 준비할 때 그런 제안을 한 전문가가 없었다고 한다. 한 가상자산 전문 변호사는 “국회가 법을 준비할 때 업계가 주도했고 업계와 면밀히 협의했기 때문일 것 같다”고 말했다. 법안에 업계의 처지를 많이 담으면 업계에 불리한 내용은 담기 어렵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4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무과실 책임이나 입증 책임 전환 조항은 사업자들에게 매우 큰 부담을 주지만 바람직한 제안이니 가상자산법이 입법되고 운영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이 아니면 법원 판결에 기대하지만 아직 확립된 판례도 없다. 

지난 달 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재판장 김성원)가 코인레일 해킹 피해자 11명의 2018년 9월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 일부 승소 판결(2018가합567582)을 내렸다. 

이런 판단은 처음이었지만 “이용자들이 가상자산 출금을 요구할 때 거래소가 응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해킹에 대해 거래소 책임을 물은 건 아니었다. 거래소의 입증책임이나 무과실 책임과는 거리가 있다.

기회는 아직 있다. 가상자산법 연내 입법이 무산돼 시간이 더 생겼다. 지난 달 23일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금융위에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연구 용역을 맡겨 가상자산법 통합안을 만들어 한 달 뒤 다시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 때부터 다시 얘기하자는 뜻이다. 이 달 9일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라 입법은 올해를 넘긴다. 앞으로 금융위 통합안이나 이후 국회 논의에 해킹 등 사고에 대한 거래소의 입증책임과 무과실 책임 규정을 넣으면 좋겠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가상자산 전문 법률가들과 정무위 위원들에게 이용자 피해 사고에 대한 거래소의 입증책임과 무과실 책임 규정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 여당 간사)은 4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앞으로 입법에서 가상자산과 거래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지 모르지만 (거래소 입증책임과 무과실 책임 규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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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 2021-12-06 17:54:17
우리나라 거래소 경쟁 제한은.........투자자들을 호구로 만든다는 얘기 바로 이거구나..

리양 2021-12-06 16:45:45
정부의 준비 부족, 거래소의 이기심이 낳은 후과이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가상자산 관련한 여러 법적·기술적 이슈에 “자신 있다”라는 말만 거듭할 게 아니라 제도와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

돼리우스 2021-12-06 16:44:00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 이후에도 해커들한테 자유자재로 털릴까 걱정된다.내년에도 이런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 과세 반대임.

스폰지Bob 2021-12-06 16:06:18
아무리 스스로가 선택한 거래소라 하더라도 믿고 이용하는 투자자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문제가 생겼을시 책임을 떠넘기거나 회피 하는 것이 아니라...

kiki 2021-12-06 16:06:13
수수료만 몇백 억씩 가져가는데 거래소에서 책임져야 할 규정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