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실명계정 발급했다고 은행에 사고 책임 묻진 않아"
"투자자 보호·산업 진흥 한번에 잡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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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21년 7월13일 16:26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6월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6월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자금세탁행위나 테러자금조달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시중 은행이 해당 거래소에 실명입출금 계정을 발급해 준 사실 자체에 대해 문책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선 실명계정 발급 후 거래소 신고 절차에 문제가 있지 않냐"고 질의했다. 

은 위원장은 "은행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이 업체(거래소)와 거래해도 좋겠다고 판단되면 우린(금융위원회) 그걸 믿는 거고, 향후 사고가 터지면 그 때 뭐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사고란 건 은행이 자금세탁행위가 의심되는 거래에 대한 신고를 안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거지, 시간이 지나서 '과거에 이 업체에게 왜 실명계좌를 내 줬냐'고 은행에 따지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은 위원장은 "현행 금융실명법이나 자금세탁방지법은 은행 거래 시 창구 직원이 해당 거래가 자금세탁행위나 테러자금조달행위와 연계돼 있다고 의심할 경우, 혹은 고액거래인 경우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같은 신고 의무를 소홀히 했을 때 벌금을 문다"고 부연했다.

은 위원장은 다만 은행이 실명입출금계정을 발급한 거래소에서 자금세탁행위나 테러자금조달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국제적인 금융 제재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내가 과거 수출입은행장이었는데, 수출입은행 미국 사무소에 거래 고객이 거의 없었는데도 현지 당국이 와서 자금세탁 의무를 제대로 하는지, 시스템 구축은 잘 했는지 아주 엄격하게 판단했다"면서, "국내 은행들도 국제 금융 규제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잘 알기에, 위험도를 스스로 판단해서 괜찮겠다 싶으면 그(거래소) 업무를 취급하는 거고, 너무 위험해서 못하겠다 하면 그건 그것대로 해당 은행의 경영진이 판단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2017년 1월 NH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미흡해 뉴욕 금융감독청으로부터 과징금 1100만달러(약 126억원)를 부과받았다. 국내에서도 금융감독원은 2019년 6월 광주은행이 법인고객의 실제 소유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의심거래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미흡했다며 과태료 600만원, 임직원 3개월 감봉 제재를 결정했다.

은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와 산업 진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긴 어렵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은 위원장에게 "디지털자산 산업은 그동안 기득권을 가져온 전통 금융회사가 아닌 기술과 아이디어가 생명인 벤처기업이 중심이고, 투자자들도 대부분 전문 투자자가 아닌 자산이 적은 젊은층이라는 점을 고려해, (은행의 거래소에 대한) 평가 기준을 좀 관대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민 의원은 "최근 4대 거래소에 못 드는 중소형 거래소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는데,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크던데 이런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도 물었다.

은 위원장은 "입법 논의나 언론 보도를 보면 입법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역설적으로 (입법을 하면) 규제화가 되는 것이므로 산업이 약간 죽는 게 있다"면서, "언론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산 좋고 물 좋은 걸 모두 찾을 수는 없다. 선택의 경계를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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