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주식토큰',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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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21년 7월4일 14:25
출처=바이낸스 트위터 캡처
출처=바이낸스 트위터 캡처

전세계 누구나 암호화폐 구매를 통해, 미국 주식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바이낸스 주식토큰은 이런 아이디어를 구현한 상품이다. 그러나 각국의 증권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량 기준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올해 4월 테슬라, 애플, 코인베이스 등 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주식 가격에 연동하는 '주식토큰(stock tokens)'을 출시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전례 없는 '불장'을 이끌고, 코인베이스가 암호화폐 거래소로는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한 직후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주식토큰이란?

바이낸스는 '주식 토큰'은 투자자들이 디지털 토큰 형태로 특정 기업의 지분을 구매하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소개한다. 주식 토큰 보유자는 그 기초가 되는 주식의 배당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주보다 작은 0.01주 단위부터 주식을 구매하는 액면분할도 지원한다.

현재 바이낸스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식토큰은 총 여섯 종이다. 각각 애플과 코인베이스, 마이크로소프트, 마스터카드, 테슬라 등 기업 주가에 연동된다. 아직까진 모두 바이낸스가 발행한 달러 가치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BUSD로만 사고팔 수 있다.

출처=바이낸스 웹사이트
출처=바이낸스 웹사이트

영국과 독일의 금융 규제 당국은 바이낸스가 선보인 주식 토큰을 증권 관련 규제 대상인 금융 상품으로 분류할 여지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홍콩에서도 바이낸스의 주식 토큰 홍보와 판매 행위가 미등록 증권 판매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쟁점1: 제2의 '테더 사태' 발생 가능?

첫번째 쟁점은 발행된 주식토큰 가치와 동일한 가치의 주식을 갖고 있는지를 어떻게 보장하는가다. 

각국 규제당국과 전문가들은 주식토큰의 기초 자산이 되는 상장사 주식이 실제 존재하고,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는 보장이 필요하다고 우려한다. 이 보장이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제2의 '테더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독일 금융감독원(BaFin)은 4월말 "바이낸스 주식토큰이 거래 전에 사전 발행되지 않는다는 데 대한 설명 자료가 필요하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바이낸스가 유럽연합의 투자 상품 설명 규정 제3조 1항에 따른 투자 상품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낸스는 주식토큰의 발행 주체가 바이낸스가 아니라 협력사인 독일 기업 'CM에쿼티AG(CM-Equity AG)'라고 강조한다. 바이낸스는 웹사이트 상품 설명에도 "주식토큰을 거래할 때의 거래 상대방은 바이낸스가 아닌 CM에쿼티"라고 명시했다.

바이낸스에 따르면 CM에쿼티AG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금융 기업으로, 19년의 업력을 갖고 있다. 바이낸스와 CM에쿼티AG는 앞서 2020년 7월 '유럽 지역 내 암호자산 거래 서비스 확장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협약 당시 바이낸스는 CM에쿼티AG를 독일 금융감독국(BaFin)으로부터 자기자본투자(proprietary trading) 및 브로커리지 서비스 운영 인가를 받은 '완전한 규제를 받는 금융 투자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바이낸스는 그로부터 약 1년 뒤 규제 당국의 인가를 받은 금융 기업이 주는 신뢰성을 강조하며 주식토큰을 출시했다.

출처=바이낸스 블로그
출처=바이낸스 블로그

바이낸스에 따르면 주식토큰 가격은 CM에쿼티AG가 보유한 주식으로 보장된다.

순서는 이렇다.

①투자자가 바이낸스에서 주식토큰을 산다.

②또 다른 협력사인 스위스의 디지털에셋AG(Digital Assets AG, DAAG)가 독일의 CM에쿼티AG를 대신해, 발행할 토큰 양과 같은 양의 주식을 구매한다.

③디지털에셋AG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주식토큰을 발행한다.

④디지털에셋AG가 구매한 기초 주식을 독일 CM에쿼티AG의 증권 계좌로 보낸다.

⑤디지털에셋AG가 발행한 주식토큰이 CM에쿼티AG를 거쳐 바이낸스로 전송된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달러나 원화 등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들과 마찬가지로, 토큰 가격이 기초 자산이 되는 주식 가격과 실제로 연계되도록 구조를 짰는지, 실제 기초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은 "주식토큰 발행사가 (아직 보유하지 않은 주식 가치를 기초로 토큰을 발행하는 등)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토큰이 정말 상품설명과 일치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주식토큰을 갖고 있다고 해서 실제 주식의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 사이드베팅을 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어디에 베팅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증된 상품인지가 문제다." -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맥도노우 경영대의 제임스 엔젤 부교수


쟁점2: 파생상품 여부

주식토큰 발행사가 토큰 발행량만큼의 주식을 실제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바이낸스 주식토큰이 각국 증권법 위반 가능성을 피해가긴 어렵다. 특정 상품의 가격이 금융 상품인 주식 가치와 연동해 움직인다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융 파생 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자본시장법은 금융파생상품을 '기초자산의 가격을 기초로 손익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으로 정의하고 있다(제5조). 상장 기업의 주식은 외환, 농수산물, 광물, 채권 등과 함께 파생상품의 대표적 기초 자산 중 하나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바이낸스의 주식토큰은 주식을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배당을 주고 액면분할도 한다면 결과적으로 주식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므로, 법적 성격이 불명확하더라도 증권에는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파생상품도 금융투자상품이므로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기업만 취급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상 역외조항으로 인해, 해외에 소재지를 둔 기업이더라도 국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국내 증권법에 따른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희 변호사도 "주식토큰이 발행지의 현지 법에 따라 증권으로 분류된다면, 국내에서 이를 유통하거나 취득할 때에도 다른 해외 발행 증권과 마찬가지로 해외 증권 취득 신고 절차를 거치는 등 기존 외국환 규제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바이낸스는 웹사이트 등에서 "암호화폐로 주식을 거래하세요(Trade Stocks with Crypto)"라는 문구를 써서 주식토큰을 홍보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웹사이트에서 '암호화폐로 주식을 거래하세요'란 문구를 써 주식토큰을 홍보한다. 출처=바이낸스 웹사이트
바이낸스는 웹사이트에서 '암호화폐로 주식을 거래하세요'란 문구를 써 주식토큰을 홍보한다. 출처=바이낸스 웹사이트

홍콩에서는 바이낸스가 규제 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금융 상품 판매를 위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지난 4월 시몬스앤시몬스 법무법인의 개빈 청(Gaven Cheong) 파트너는 현지 미디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바이낸스의 주식토큰 홍보·판매 행위는 "홍콩 거주자를 대상으로 증권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라며, 이는 "홍콩의 최고 금융 감독 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SFC)의 인가를 필요로 하는 규제 대상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증권형 토큰 관련 규제가 마련될 조짐도 보인다. 이렇게 되면 바이낸스 주식토큰의 국내 유통도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되는 증권형 토큰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인 걸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다만 30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해 증권형 토큰만 인정하는 싱가포르 방식의 정책 도입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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